프랑스는 유럽의 강대국이며 경제 대국인 동시에 유럽연합에서 매우 중요한 국가입니다. 러시아를 제외한 유럽에서 종합적인 국력이 강한 프랑스와 영국, 독일 세 나라를 묶어서 “영프독” 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 세 나라가 유럽 GDP 3위, 2위, 1위입니다. 더 넓게 본다면 전 세계 8위 GDP인 이탈리아가 있고 15위에는 스페인이 있습니다. 많은 인구는 축구를 하는 인재가 많을 확률이 높게하고, 큰 경제력은 그 인재들이 활약할 수 있는 축구 리그를 유지시킬 수 있게 합니다. 세계 4대 축구리그, 5대 리그라고 부를 때 저 5개국의 축구리그가 포함되어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하지만 프랑스의 1부리그 축구인 리그앙은 4대리그도 아니며 5대 리그라고는 하지만 5위리그가 더 적합합니다. 6위 리그를 두고 경쟁하는 네덜란드의 에레디비시, 포르투갈의 프리메이라리가와 UEFA 계수도 엇비슷한 수준입니다. 그래서 6부리그라는 조롱을 듣기도 합니다. 프랑스라는 나라의 국력과 위상 그리고 월드컵 2회 우승이라는 국가대표 성적을 생각했을 때 리그앙의 떨어지는 위상은 의문이 생길만 합니다. 리그앙이 EPL, 라리가, 분데스리가, 세리에 A에 비해 위상과 경쟁력, 인기가 떨어지는 이유를 알아보겠습니다.
1. 타리그 대비 낮은 급여와 높은 세금
리그의 경쟁력은 뛰어난 스타 플레이어들이 있어야 유지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선수들이 리그에서 뛸 수 있게 하는 요인은 돈입니다. 하지만 리그앙은 평균 급여도 낮고 세금은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에 비해 많이 내기 때문에 실력이 있는 해외 선수들이 리그앙에 오지 않습니다. 또한 프랑스 자국 유망주 선수들도 신인 때만 뛰고 다른 리그로 이적하게 됩니다. (리옹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카림 벤제마, 스타드 렌에서 바르셀로나로 이적한 우스만 뎀벨레 등) 그리고 스타 선수의 부재는 곧 리그의 경쟁력 하락과 인기 하락이며 곧 중계권료에도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2. 리그의 인기를 견인할 메가클럽, 빅클럽의 부재
독일의 바이에른 뮌헨,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잉글랜드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리버풀 등의 빅클럽이 존재하지만 리그 1에서는 저 클럽들에 견줄만한 빅클럽, 메가클럽이 오랫동안 부재중이었습니다. 카타르 국왕이 파리 생제르망을 인수하면서 PSG가 빅클럽을 넘어 메가클럽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리그의 인기를 견인할 레바뮌, 유벤투스, 양밀란 (AC밀란, 인테르) 급의 빅클럽이 없었다는 사실은 프랑스 리그앙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지 못한 이유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빅클럽, 메가클럽의 잣대 중 하나인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한 팀이 올랭피크 드 마르세유 단 한 팀에 불과합니다. 심지어 유로파리그는 그 어느 프랑스 축구팀도 우승하지 못했습니다.
3. 프랑스의 약한 지역색과 라이벌 의식
국가 입장에서는 지역주의, 지역감정이 심할 경우에는 국정을 운영하는 데 골칫거리가 되겠지만 적어도 축구에서는 리그의 흥행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라이벌 도시 또는 광역권이 큰 도시일수록 더더욱 말이지요. 예를 들면 엘클라시코가 있는 스페인은 카스티야(마드리드)와 카탈루냐(바르셀로나)의 지역주의가 자리잡아 있습니다. 독일과 이탈리아는 카스티야 vs 카탈루냐 만큼은 아니지만 통일되지 않고 오랫동안 작은 도시국가들로 유지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작은 소국들이 통일되고 그 소국이 있던 도시에 생겨난 축구 클럽에 대한 충성심, 열정도 높습니다.
반면 프랑스는 주변국과 달리 일찍 통일되었으며 중앙집권적인 성향이 짙은 나라입니다. 프랑스는 영국과의 백년전쟁을 통해서 상대적으로 이른 시기에 프랑스라는 민족적인 단합을 이루었습니다. 또한 태양왕, 절대왕정으로 유명한 루이 14세는 베르사유 궁전을 통해서 지방 귀족들을 억제했습니다. 나폴레옹은 각 데파르트망(행정구역)에 프레페(지방장)을 임명하는 등 중앙집권적인 체제를 일찍부터 유지했습니다. 자신이 살고있는 지역에 연고를 둔 클럽에 대한 애정이 타 빅리그 보다 강하기 어렵습니다.
지역주의, 그리고 각 지역끼리의 라이벌의식은 각 지역끼리 대등할 경우에 성립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등함과 동시에 큰 도시일수록 그럴 확률이 높습니다. 하지만 프랑스는 중앙집권국가의 대표적인 나라로서 파리가 압도적인 위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프랑스 제2의 도시로는 주로 리옹과 마르세유가 꼽힙니다. 하지만 이 두시 모두 도시 자체 인구, 광역권으로 인구가 파리의 절반에 절반도 되지않습니다. 빅 마켓인 파리와 견줄만한 도시도 없고 제2의 도시, 제3의 도시권에서도 이탈리아, 독일, 영국, 스페인만큼의 라이벌리를 찾기 어렵습니다. 스몰 마켓에 연고를 두고 있다는 사실은 곧 구단의 수익성도 낮다는 것이기에 리그앙이 4대리그만큼 발전하지 못한 3가지 이유가 서로 연관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4. 리그앙의 약진 가능성?
여러모로 주변 국가의 리그에 비해 경쟁력과 매력이 없는 것이 리그앙이지만 리그의 위상과 인기가 높아질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카타르 자본을 등에 업은 파리 생제르망이 챔피언스리그에서 활약을 통해 리그앙의 UEFA 계수를 올려줄 수 있습니다. PSG는 한국의 이강인을 비롯하여 여러 월드 클래스 축구선수들을 영입할 자금이 충분합니다. 다만 파리 생제르맹의 1강 체제가 되어간다는 점은 걸림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