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의 축구 리그인 프리미어 리그(PL)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프로 축구 리그입니다. 스페인의 라리가, 이탈리아의 세리에 A, 독일의 분데스리가와 묶어서 유럽 4대리그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리그앙을 더해서 5대리그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4대리그 중에서 가장 상업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프리미어 리그입니다. 프리미어 리그가 최고의 명문 구단은 없을 지라도 가장 인기 있는 리그이며 전세계의 자본들이 집중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매력적인 역사가 있는 구단들, 많은 스타플레이어를 배출해냈다는 점 등이 있습니다. 지나고나서 이유를 찾아보면 많은 이유들이 있지만 크게 네 가지를 꼽아볼 수 있습니다.
목차
1. 영어라는 언어에서 오는 정보 접근성
프리미어 리그가 있는 잉글랜드의 언어는 잉글리쉬(영어)입니다. 세계적인 스포츠신문, 방송사, 언론들의 기사가 비영어권으로 전달되기 쉬운 구조입니다. 영어로 인해서 정보의 접근성이 좋기 때문에 프리미어 리그는 비영어권의 리그(라리가, 세리에A, 분데스리가)의 소식보다 인지도를 쌓기에 좋은 구조입니다. 지금은 비영어권 프로리그도 2부리그까지 영어로 축구 해설을 할 정도이지만 단지 자국의 언어로 중계를 했을 뿐인 PL보다는 정보력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는 리그에 돈도 몰리게 됩니다.
2. 자본들이 몰리기 쉬운 프리미어 리그의 구조
아무리 프리미어 리그가 전세계 거대 자본들의 돈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다고 해도 구단을 인수하기에 어렵고 폐쇄적이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프리미어 리그는 다른 리그 대비 자본(슈가대디)들이 구단을 인수하기 쉽습니다. 독일의 분데스리가는 50+1 이라는 규정으로 인해서 외국 자본, 외국 기업들이 구단의 지배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레알 마드리드, FC 바르셀로나 등 명문 구단들이 있는 스페인의 라리가 역시 상황은 비슷합니다. 시민구단이거나 협동조합으로 불리는 구조입니다. 라리가의 구단들은 유료 회원인 소시오가 있고 이들의 투표를 통해서 구단의 의사결정권을 가진 회장을 선출합니다. 세리에A 역시 많은 리스크가 있습니다. 유벤투스, AC밀란, 인테르 등 명문 빅클럽이라고 해도 세리에A 구단들은 그 어떤 구단도 축구장을 사유할 수 없습니다. 결국 티켓을 통한 관중 수입에 큰 제한이 있습니다.
반대로 프리미어 리그는 상대적으로 인수를 하기 위한 허들이 낮습니다. 구단 인수에 필요한 자본금은 구단의 가치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10억 파운드(약 1조 5천억원) 이상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구단 인수에 대한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프리미어 리그 사무국으로부터 자금 조달의 안정성, 구단 운영 계획, 구단의 장기적인 발전 가능성 등을 검토받는 것 외에는 별도의 규제가 없습니다. 미국, 중동, 아시아의 자본가들의 돈이 모일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3. 아시아 시장 친화적인 경기 시간대
프리미어 리그는 아시아 시장에서 중계권 수입을 올리기 위해서 경기 시간대를 앞당겼습니다. 영국 현지의 축구팬들은 저녁에 축구를 볼 수 없다며 불만과 불평이 있었음에도 PL 사무국은 동아시아 국가들이 저녁에 축구를 볼 수 있게 조정했습니다. 독일은 4대리그 중에서 가장 동쪽에 있지만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와 함께 중부유럽 시간대를 사용하기 때문에 한국, 중국, 일본에서 자정에 가까운 시간대에 분데스리가를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이탈리아의 세리에 A, 스페인의 라리가는 남유럽 국가입니다. 햇빛이 내리쬐는 무더운 날씨로 인해서 PL처럼 대낮에 축구 경기를 할 수 없는 환경입니다. 워낙에 덥기 때문에 낮잠을 자는 시에스타가 있는 국가들입니다.
반대로 프리미어 리그가 있는 영국은 4대리그의 주변 국가들보다 북위도에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대낮에도 날씨가 선선합니다. 현지 축구팬들은 저녁에 축구를 보며 맥주를 마실 수 없지만 적어도 대낮에 경기가 해도 쾌적하게 축구를 볼 수 있습니다. 중계권 수익, 광고 노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아시아 해외축구 팬들을 공략하기 쉬운 시간대로 옮겨야 했고 그 선택은 통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4. 상대적으로 균등한 수익 배분에서 오는 리그의 상향 평준화
프리미어 리그의 중계권 수입은 1부리그 20개팀이 50%를 성적에 관계없이 균등하게 나눠갖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50% 중 절반은 각 팀의 생중계 횟수에 따른 차등 배분하며 최종 순위로 차등 지급되는 구조입니다. 2022-2023 시즌 프리미어 리그는 맨체스터 시티가 1억 6100만 파운드의 수익을 얻었고 꼴지 사우샘프턴은 1억 파운드의 수익을 얻었습니다. 분명 순위에 따라서 최종 수익의 차이는 있지만 3배 이상 차이가 나는 라리가와 비교하면 PL의 수입 갭은 상당히 적은 편입니다.
하위권 팀이라고 해도 많은 수입을 통해서 뛰어난 실력을 가진 선수들을 영입할 수 있고 리그의 상향평준화에 기여합니다. 빅4, 빅6, 빅8 등으로 불리는 구단들이 정규리그 우승을 위해 방심할 구간이 없이 긴장감이 흐르는 리그를 만들게 합니다. 바이에른 뮌헨이 리그를 11년 연속 우승 중인 분데스리가와 비교해서 프리미어 리그는 매 라운드가 중요하기 때문에 축구팬들의 이목을 끌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