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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 리그에 라 리가, 세리에 A보다 인기, 자본이 몰리는 이유

프리미어 리그는 잉글랜드의 1부 프로 축구리그로서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축구 리그입니다. 무슨 근거로 프리미어 리그가 인기가 가장 많을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냐는 의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회계 및 컨설팅 업체 딜로이트는 2021-2022시즌을 기준으로 매출 순위는 프리미어 리그가 55억 파운드 (한화 9조8천억원), 2위인 스페인 라 리가는 4조5천억원 가량, 3위인 독일 분데스리가는 4조2천억원, 이탈리아 세리에 A는 3조4천억원 가량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2013년부터 2025년까지 매출을 그래프로 비교해 보면 프리미어 리그와 나머지 빅 리그(라 리가, 분데스리가, 세리에 A, 리그앙)와의 격차는 해가 지날수록 커지고 있고 운영상 큰 변화가 없다면 프리미어 리그와 타 리그와의 격차는 갈수록 더 커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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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스태티스타

사실 프리미어 리그를 오래전부터 보던 축구팬들 사이에서 지금처럼 프리미어 리그가 다른 리그를 압도하는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글로벌 축구리그를 리드하던 것은 세리에 A였습니다. 프리미어 리그가 어떤 노력을 해서 다른 리그들을 인기 및 자본에서 추월하게 됐는지, 타 리그는 어떤 점이 부족해서 프리미어 리그처럼 되지 못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1. 프리미어 리그 (EPL)

1.1. 자본의 개방성

프리미어 리그가 다른 리그들과 가장 차별화되는 장점은 외국 자본이 축구 클럽을 인수 및 경영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입니다. 이로 인해 미국 자본, 중국 및 동남아 자본, 중동의 오일머니 등 다양한 글로벌 자본이 유입됐습니다. 대표적으로는 맨체스터 시티를 인수한 만수르, 뉴캐슬을 인수한 사우디아라비아, 레스터 시티를 인수한 태국 자본 등이 있습니다. 축구 산업에 투자하려는 자본가들은 다른 빅 리그에도 접근했지만 외국자본에 대한 폐쇄성으로 인해 더욱 더 프리미어 리그로 자본이 집중됐습니다.

1.2. 상대적으로 균등한 중계권료 배분

프리미어 리그의 중계권 배분 방식은 다른 리그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균등한 배분을 하고 있습니다. 프리미어 리그 전체 중계권의 50%를 순위와 상관없이 균등 배분하는 것입니다. 자본력이 상위권 클럽보다 열세인 클럽들도 중계권료를 통해서 타 리그 하위권에서는 노릴 수 없는 좋은 선수들로 로스터를 갖출 수 있게 됐습니다. 몇몇 강팀들이 리그를 지배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다른 리그들보다 리그의 경쟁력, 긴장감을 끌어 올리는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1등 및 챔스권 성적을 얻은 클럽 입장에서는 중계권료 배분 방식에 불만을 품고 한때 슈퍼리그에 참여하려는 행보를 보이면서 프리미어 리그의 중계권료 배분 방식에도 단점이 있다는 것은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리그 전체적으로 볼 때 현재 중계권료 배분 정책은 프리미어 리그가 다른 리그를 압도할 수 있게 해준 여러 정책 중 하나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프리미어 리그 중계권
프리미어 리그의 중계권 배분을 설명하는 프리미어 리그 공식 홈페이지

1.3. 해외 선수들에 대한 개방성

프리미어 리그에서는 유럽, 남미 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적을 가진 선수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이었던 박지성, 토트넘의 손흥민, 이란의 사만 고도스, 이집트의 모하메드 살라 등 국적이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습니다. 세리에 A, 라 리가는 논-EU 정책으로 인해 정말 천외천 실력을 가지지 않은 이상 논-EU 국적의 선수가 활약하는 것을 보기가 어렵습니다. 반면 프리미어 리그는 홈그로운이라는 정책이 있긴 하지만 해외 선수들에게 장벽이 훨씬 낮습니다. 개방적인 선수 영입은 글로벌 팬들에게 어필하기 좋은 요소입니다.

자료: 토트넘

2. 라 리가

라 리가는 스페인의 1부 축구리그입니다.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라는 메가 클럽이 포함된 리그로서 두 클럽은 프리미어 리그가 압도적인 자본을 끌어모으는 와중에도 최상위권의 수익을 올리는 클럽들입니다.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외 구단은 재정적으로 매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레알 마드리드를 보유한 리그임에도 프리미어 리그에 자본력을 따라가지 못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제시되고 있습니다.

2.1. 상위권에 치중된 중계권료 배분 방식 (현재는 변경됨)

현재는 변경됨이라고 제목에 언급한 것처럼 2015년부터 중계권의 50%는 균등 분배, 50%는 최근 5년간의 성적 및 인기 등 지표로 평가하는 것으로 개선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2강1중17약 구조를 깨고 하위권 클럽들의 라인업 보강 등을 기대할 수 있고 재정에도 도움이 돼 공생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래서 장점으로 평가한 프리미어 리그의 중계권료 분배 방식과 엄청난 차이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프리미어 리그가 약 20년 가까이 먼저 시행한 중계권료 배분의 스노우볼을 따라갈 수 없었는지 2015년 이후로도 프리미어 리그와 라 리가의 매출 격차는 계속해서 커지고 있습니다.

2.2. 아시아권에 어필하기 힘든 리그 운영 시간

프리미어 리그가 한국, 중국, 일본, 동남아 등 아시아권 시장을 개척하는 데 큰 노력을 한 것과 달리 라 리가는 남미에 집중했습니다. 남미는 스페인 및 라틴 문화권으로서 언어, 문화, 정서적인 동질감이 있어서 스페인 입장에서도 남미는 쉽게 진출할 수 있는 대륙입니다. 경기 킥오프 시간도 남미에서 시청하기 좋은 시간대입니다.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등 인기팀들은 한국시간을 기준으로 새벽 4~5시에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계권은 결국 많은 사람들에게 스폰서쉽 상표를 노출하고 홍보하는 효과를 얻어야 하는데 라 리가 인기팀들의 경기 시간대는 너무 이른 새벽 시간대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영상 40도까지 올라가는 스페인의 기후상 아시아 시청자들을 배려한 시간대로 경기를 진행할 수 없다는 점이 있습니다. 결국 인기팀들의 경기를 볼 수 없다면 라 리가의 중계권 매력도는 매우 떨어집니다. 라 리가가 한국 기준으로 프리미어 리그보다 더 늦은 시간에 경기하는 이유는 아래 글을 참고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3. 세리에 A

프리미어 리그가 부상하기 전까지 전세계 축구의 중심은 라 리가와 세리에 A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러 사건들로 인해 이제는 2위와도 격차가 있으며 경제 대국인 독일의 분데스리가에 밀리는 4위에 해당하는 리그 규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세리에 A의 인기, 자본이 타 빅 리그에 밀리는 것은 여러 이유가 지적되지만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3.1. Calciopoli로 대표되는 거버넌스, 투명성 문제

세리에 A 및 세리에 A가 하향세로 접어든 이유를 찾을 때 칼초폴리 또는 칼치오폴리라는 단어를 들어보셨을 겁니다. 세리에 A는 부패 스캔들을 포함한 승부조작으로 인해 리그의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습니다. 사람들의 관심이 떨어진 리그에는 자본이 몰리지 않습니다. 또한 스코메소폴리라고 불리는 아탈란타, 삼프도리아 등 클럽이 연루되면서 이미지는 걷잡을 수 없이 추락했습니다.

3.2. 구단이 구장을 소유할 수 없음

세리에 A는 구단이 구장을 소유할 수 없습니다. 현장 티켓 수익으로 얻는 수익금의 일부를 연고지의 지자체에게 할당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구단이 구장을 소유할 수 없기 때문에 외국 자본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축구에 투자하는 글로벌 자본들은 단순히 축구가 좋아서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구장 및 인근 부동산 투자도 목적인데 세리에는 이 점에서 다른 리그와 비교해 매력도가 떨어지는 편입니다.

4. 분데스리가

분데스리가는 독일의 1부 프로 축구리그입니다. 유럽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의 축구 리그인만큼 엄청난 시장 규모를 갖춘 리그입니다.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분데스리가는 매력적인 투자처는 아닙니다. 구매력이 최상위인 독일의 축구 리그임에도 글로벌 투자자들이 몰리지 않는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4.1. 50+1 룰의 폐쇄성

50+1 규정은 구단의 지분 50%+1주, 즉 50.01%를 특정 기업 및 개인이 가질 수 없다는 것입니다. 구단을 인수하고 수익화를 하려는 외국 자본들 입장에서는 독일은 적절하지 않은 투자처인 것입니다. 물론 볼프스부르크, 레버쿠젠은 예외적이긴 하지만 두 클럽은 구단의 시작부터가 기업의 후원을 받아서 창설된 구조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축구 클럽 인수와는 다른 경우입니다.

자료 : 분데스리가

4.2. 로컬지향성

독일 사람들의 연고 클럽에 대한 사랑은 다른 유별난 것으로 유명합니다. 지역 사회와 연계된 유대감은 다른 리그들보다 높다고 평가받습니다. 애초에 무리한 투자를 하지 않기 때문에 많은 채무가 없고 관중 입장료, 굿즈 판매만으로도 구단을 운영하는 데 충분한 수입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굳이 무리해서 해외의 자본을 끌어들이려는 움직임도 적고 해외 축구팬들에게 어필하려는 점도 적은 편입니다. 아래 이미지는 2023년 바이에른 뮌헨, 도르트문트의 프리시즌 해외 투어 일정입니다. 유럽 축구 입장에서 새로운 인기, 자본을 끌어들여야 하는 아시아, 북미(미국)으로 일정을 잡은 클럽은 두 클럽밖에 없습니다. 언어적으로 가장 유리한 프리미어 리그가 글로벌화에도 가장 전력을 다하고 있기 때문에 프리미어 리그와 분데스리가의 인기 및 자본의 격차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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